고대 이집트 선왕조

 

고대 이집트 선왕조

 

기원전 3150년 이전의 고대 이집트

이 시기는 고대 이집트의 역사에서 선(先)왕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1왕조가 등장하기 직전인 나카다 3기 시대를 가리키기도 하며, 학계에서는 이를 ‘제0왕조’ 또는 ‘이집트 원왕조’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당시 하이집트 지역은 늪지로 아직 개척되지 않아 국력, 경제, 문화면에서는 상이집트에 비해 미약했습니다. 결국 티니스의 군주 나르메르가 기원전 3100년경 하이집트를 정복하고 제1왕조를 세움으로써 이집트 초기 왕조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으로 토지가 비옥하고 홍수 예측이 가능해 홍수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인류 집단이 이주했습니다.이집트 지역은 세계적으로 인류가 매우 이른 시기에 정착한 곳 중 하나입니다.  그 이후 구석기, 중석기, 신석기 시대를 거치면서 도시와 성읍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나일강 하류의 하이집트와 나일강 상류의 상이집트로 나뉘었습니다.

이집트 일대는 아주 먼 옛날부터 인류가 정착한 중요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 덕분에 토지가 아주 비옥하고 농사가 잘되는 곳으로 알려져서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여서 사회를 형성하고 살아갔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구석기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약 100만 년 전의 인적 활동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 시기에는 아슐 문화, 아브빌 문화 등이 빛을 발했습니다. 그 이후 40만 년 전에는 클락톤 문화가 등장하고, 16만 년 전에는 무스티에 문화와 아테리아 문화 등이 이 지역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심지어 10만 년 전의 선사시대인들의 흔적도 나일강 유역에서 찾아지며, 그들은 간이 텐트를 설치하기 위한 받침돌을 만들어놓았습니다. 기원전 3만 년쯤에 이집트는 구석기 시대 후반으로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중석기 시대인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 사이에는 할판 문화, 쿠바니야 문화, 세빌리아 문화, 카단 문화, 하리판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등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상이집트 부근에서 더 빠른 문명 발전이 있었는데, 이는 나일강 하류 지역이 늪지로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하이집트 지역은 농업이 풍요로운 곳으로 발전하기 위해 수많은 간척 작업과 농지 개발이 이루어진 곳이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수렵, 채집, 그리고 농사 문화가 함께 존재하며, 농업 문화의 기초가 조금씩 다져졌습니다. 또한 곡식 가루를 만들기 위한 맷돌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이 나타났으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유입된 문화가 발전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상이집트-
고대 이집트의 여명기에는 상이집트 일대가 오히려 하이집트보다도 훨씬 진보의 속도가 빨랐다. 하이집트에서는 기원전 6000년경에야 신석기가 시작된 것에 반해 상이집트 유역에서는 이미 기원전 7500년대에 신석기가 등장했던 것이다. 상이집트에서 특기할 만한 문화권들 중에는 대표적으로 타시안 문화가 있다. 타시안 문화에서는 붉은색과 갈색, 검은색으로 기본적인 장식을 넣은 형태의 도자기들을 제작했고, 북쪽의 하이집트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기원전 4400년부터 기원전 4000년까지는 바다리 문화가 열렸다. 바다리 문화에서도 역시 앞선 타시안 문화와 동일하게 하이집트보다 훨씬 화려한 모습의 도자기들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구리를 제련하여 사용하면서 석기 시대에 머물렀던 타시안 문화와는 확연한 차이점을 보였다. 바다리의 무기들은 당대에 손꼽을 정도로 그 품질이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으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시대적으로 겹치는 하이집트의 마아디 문화권보다 여러모로 앞서 있었다. 하이집트는 심지어 아직도 수렵, 채집의 생활 형태를 완전히 버리지 않아 제대로 된 농경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기원전 4000년경 드디어 상이집트에서 제일 중요한 문화인 나카다 문화(Naqada Culture)가 등장했다. 나카다 문화는 크게 3기로 분류한다. 첫 번째 시대인 나카다 1기 시대에는 누비아, 지중해 동단의 소도시들, 사하라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들과 교류를 나누며 점차 힘을 길렀다. 암라티안 문화라고도 부르는 나카다 1기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분묘가 대대적으로 많이 만들어지고 농업은 물론 도자기 제작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분묘의 형식도 이전의 작고 둥근 형태에서 커다란 타원형으로 바뀌었고, 도자기 외에 점판암으로 만든 팔레트 유물들도 대거 만들어졌다. 특히 나카다 1기에 만들어진 도자기들의 경우, 뚜껑과 윗부분이 검은색이고, 아래쪽 밑둥 부분을 붉은색으로 칠해서 굉장히 눈에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원전 3500년부터 기원전 3200년대까지 지속된 나카다 2기는 게르제 문화라고도 부른다. 메소포타미아 부근에서 햇볕에 말린 벽돌로 건물들을 세우는 기술이 전파되었으며 이전의 조잡한 건축물들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또한 금, 은, 라피스 라줄리(청금석) 등 사치품들이 유통되었으며, 사회의 지도층과 피지배층이 확연히 갈라지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고대 이집트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던 시대였다.

나카다 문화의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나카다 3기 문화는 기원전 3200년부터 기원전 3150년 정도까지 지속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왕과 군주들이 등장하고 이집트가 상이집트와 하이집트로 나뉘어 초기 형태의 국가를 세웠기에 학계에서는 나카다 3기 문화를 따로 제0왕조, 혹은 이집트 원왕조로 부르기도 한다. 나카다 3기 시대에 들어서 초기적인 형태의 히에로글리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완전히 자연에만 의존했던 과거와는 달리 인위적으로 나일강의 수로들을 개수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왕실의 장례 의식, 이집트 신화의 기본적인 세계관들이 정립되는 등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인 특징들이 조금씩 조금씩 생겨났다. 나카다 3기에 들어서 상이집트의 나일강 유역에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생겨났다. 이 도시국가들은 서로 다투고 전쟁을 벌이며 힘을 불려갔고, 결국 상이집트 일대는 티니스, 나카다, 네켄 이렇게 3개의 대도시가 서로 경쟁하는 형세가 되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탈락한 것은 티니스와 네켄 사이에 끼어있었던 나카다였다. 이후 경쟁에서 승리한 티니스 출신의 나르메르가 상이집트를 장악한 이후 북부의 하이집트까지 정복하고 제1왕조를 세우면서 이집트 초기 왕조가 시작되었다.

-하이집트-
나일강은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상류 지역에서 부식토와 미네랄을 하류로 쓸어내립니다. 이에 따라 나일강 하류의 거대한 삼각주 지역에는 거대한 토지가 충적되었고, 이 토지는 매우 비옥하여 농업에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이 평야는 아직 그 모든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크기의 촌락들이 이곳에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6000년경, 하이집트에서는 본격적인 신석기 시대가 도래하며 석기 유물들이 생산되었고, 특히 중동,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서 온 다양한 민족들이 혼합되어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이 시기의 하이집트 문화는 고고학에서 파이윰 A 문화로 불리며, 이 문화에서는 방직술이 처음 시작되고 옷감이 제작되었으며, 시체를 자기 거주지 주변에 묻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기원전 5000년부터 기원전 4200년경에는 레반트 영향을 받은 메림데 문화가 등장했습니다. 메림데 문화 지역에서는 수렵과 채집 생활을 완전히 포기하고 농업을 수행하며 도자기를 만들고 장례 의식을 실시하는 등 농경 생활이 정착했습니다. 메림데 문화의 사람들은 주로 나일강 삼각주의 서부 지역에서 살았으며, 더 발전된 형태의 오두막을 짓고 생활했습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문화가 등장했습니다. 카이로 인근에서는 엘 오마리 문화가 형성되었고, 이후에는 마아디 문화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마아디 문화는 상이집트 일대의 나카다 문화와 동시대에 존재했으며, 금속 무기를 만들거나 농업 기술을 개선하는 등 하이집트 일대에 큰 영향을 미친 문화였습니다. 마아디 문화는 나카다 제3기 문화에 흡수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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